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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이혼 [이진송의 아니근데] 여성들이 추구하는 ‘바람직한 여성상’이 아닌 새로운 유형의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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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길중 작성일25-06-22 02:02 조회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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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이혼 일반인이 출연하는 연애 프로그램의 기수가 바뀌면, 시청자는 수색견처럼 찾는다. 무엇을? 이번 기수 ‘빌런’을. 그리고 거슬리는 언행을 할 조짐이 보이면 환호한다. “너구나, 8기 빌런이.” 빌런(Villain)은 원래 영화나 드라마, 연극, 소설 등에 등장하는 소위 ‘악역’을 일컫는 말이었으나 최근에는 일상에서, 실존 인물에게 많이 쓰인다. 빌런은 단순히 나쁜 행동을 하면서 주인공과 대립하는 존재가 아니라, 선과 악을 규정하는 사회규범과 가치체계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누가’, ‘어떤 행동이’ ‘왜’ 나쁜가? 여기에는 동시대 구성원들의 공감과 동의 또한 관여하며, 이는 권력 구조와 밀접하다. 예를 들어 엄마는 아이에게 인스턴트 음식을 주는 것만으로 쉽게 ‘나쁜 엄마’가 되지만, 아빠의 육아는 위험하거나 성의 없어도 “아빠에게 아이를 맡기면 안 되는 이유” 같은 밈으로 소비되며 허용받는 식이다. 이렇게 빌런은 규범과 감수성에 따라 구성되고 변화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빌런계의 신흥 강자로 떠오른 유형이 있으니, 이름하여 ‘남미새’다.
‘남미새’는 ‘남자에 미친 새X’의 줄임말로, 이성애자 여성 중에서 연애의 가능성이 있는 남성에게 지나치게 밀착하거나 여지 주는 행동을 하는 이들을 뜻한다. 좋아하는 대상에게 친밀하게 구는 것이 아니라 친분이 있는 집단 또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플러팅을 남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연애 프로그램에서 진정성 없이 ‘관심이나 표를 많이 받는 것’을 목적으로 여기저기 찌르고 다니는 여성 출연자는 남미새로서 그 기수의 빌런 자리를 차지한다. 학교나 직장, 소모임처럼 성별이 섞여 있는 집단에서 자기를 돋보이게 할 목적으로 다른 여성을 이용하거나 ‘나는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다’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는 형태로도 목격된다. 연애하는 남미새는 남자친구에게 과도하게 몰입하여 연애 이외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거나, 반복적으로 연애 상담을 하여 친구들의 기를 빨아먹은 후 그럼에도 다시 남자친구에게 돌아간다. 남미새는 ‘학교 다닐 때 남자애들한테 후드 빌리고 다니는 애’, ‘꼬맹이 아니라고 발끈하는 애’, ‘남미새 관상’으로 유형화되어 공감과 공분을 산다. 그러다보니 유튜브나 인스타툰, 커뮤니티, 연애 상담 프로그램, 고민 상담 프로그램 등에서 꾸준히 혈압과 조회수를 올리는 소재로 등판한다. 코미디언 강유미가 개인 유튜브 채널에 2024년 올린 <엑소시스트-남미새 영혼에 빙의된 여자>는 조회수 230만회를 기록하며, 업로드되었을 당시 꽤 화제몰이를 했다. 해당 영상에서 ‘남미새 영혼에 빙의된 여자’를 연기하는 강유미는 몸매가 드러나는 소위 ‘독기룩’을 즐겨 입고 친구들과의 만남에서도 남자친구를 계속 언급하거나, “제가 워낙 털털하니까 여자 친구들보다 남사친들과 더 친하다”라고 주장한다. ‘남사친에게 유사연애질’을 일삼다가 고백하면 달아나고, 남성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다. 이 영상에는 3,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는데, 자신이 경험한 ‘남미새’ 유형을 제보하고 이들을 성토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남미새의 범위는 연애 가능성이 있는 집단을 넘어서 확장된다. 중장년 여성들이 아들뻘의 남성은 애틋하게 여기고 딸뻘의 여성에게는 가혹하게 군 일화가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내 아들을 귀하게 여기느라 다른 집 딸은 무시하는’ 일부 여성들의 행태 또한 ‘아들맘’으로 축약되어 남미새 타이틀을 얻는다. 심한 경우, 특별히 타인에 대한 차별이나 배제가 없었음에도 남성 가족을 사랑하고 아끼는 티를 내는 것만으로 남미새라고 공격 받기도 한다(아빠와 사이가 좋거나, 아빠를 자랑하는 경우에만 남미새 공격을 피해갈 수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빌런은 범죄까지는 아니어도 집단의 평화나 신뢰를 깨고, 관계 속에 있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소진하는 행동을 한다. 그래서 밉고 싫은 기피의 대상이다. 그런데 남미새처럼 공공의 적이 되어, 그를 조롱하고 비난하는 것은 일종의 스포츠고 아무나 남미새라고 낙인 찍어 괴롭히는 지경에 이르면 생각해봐야 한다. 어째서 ‘남자에 미친 여자’는 그토록 문제적인 존재가 될까? 남미새의 자매품이자 남자 버전인, ‘여자에 미친 새X’ 즉 여미새가 다른 의미와 지위를 취한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더욱 명확하다.
여미새는 남미새처럼 세세하게 유형화되거나 범위가 확장되지 않는다. 여자를 밝히고 ‘한 번 자보려고’ 수작을 부리는 정도가 특징이지만, 남성의 성욕을 신화화하고 자연화하는 사회에서 이 정도는 자연스러운 수준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남미새만큼 여자라는 존재 자체를 좋아하는 여미새를 현실적으로 만나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성평등하지 않은 세상에서 여성을 멸시하거나 폄하하지 않고 그 자체로 존중하고 좋아하고 몰두하는 남자? 흔치 않다. 여미새라는 표현은 과거 남초 집단에서 여성의 편을 들어주는 존재를 멸시하는 표현을 순화한 것인데, 성평등한 발언을 하거나 여자의 편을 드는 것만으로 여미새로 몰리기도 했다. 이른바 ‘상디형 여미새’라는 농담이 있을 만큼, 여자 편을 드는 여미새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는 다음과 같은 진실을 드러낸다. 남자는 굳이 여자에 미칠 필요가 없다. 여자를 경유하지 않아도 아쉬울 게 없기 때문이다. 남자가 여자에 미치면 그는 사랑꾼이자 로맨티시스트가 될 수 있다. 상반기를 휩쓸었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넷플릭스)에서 양관식이 열풍을 일으켰던 이유는, 아내와 딸에 ‘미친’ 헌신적인 남자였기 때문이다. 남자가 여자에게 헌신하는 것은 세계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가치 있고 멋지다. 그러나 여자가 남편이나 아들에 미치는 것은 매력적이지 못하다. 그것은 당연한 의무이고, 미치지 않으면 이기적인 아내나 엄마가 되었으니까. 애처가나 공처가라는 표현은 있지만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를 가리키는 말은 (당연해서)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남자를 향한 여자의 사랑은 당연한 것으로서 강요되는 동시에, 세계의 규범과 억압에 순종하는 행위이기에 저항이나 혁명이 될 수 없다.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의 신발끈을 묶어주는 것은 로맨틱하지만, 여자친구가 남자친구의 신발끈을 묶어주면 모욕적으로 느껴지듯 ‘미치는’ 행위에는 성별 권력이 개입한다. 미칠 수 있는 자유는 자신을 낮추어도 훼손되지 않는 존엄을 가진 성별에게 주어진다. 오랫동안 가부장제는 여성을 사적인 영역에 가둬두고,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로맨스와 남성의 사랑이라고 주입했다. 공적 자원이 허용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에게는 남편 또는 아들의 성취를 대리 향유하는 방법이 유일했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영범의 엄마는 아들맘, 남미새라고 조롱 받았지만 그가 왜 그렇게 아들에 집착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추적이나 성찰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러한 구조적 모순과 감수성은 여성들이 공적 영역에 진출하는 오늘날에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여전히 사회는 남성으로부터 받는 사랑이 여성의 진정한 행복이라고 외친다. 어떤 여성들은 저항하고, 어떤 여성들은 그 방향에 편승하고 싶어한다.
즉 남미새는 로맨스와 사적 관계를 둘러싸고 기울어진 운동장의 지형도를 고스란히 노출하는 존재이다. 그러니 자신을 낮추면서 남성들에게 인정을 갈구하는 남미새는 현대 여성의 심기를 긁는다. 가뜩이나 사회적 억압과 외부적 요인이 현대 여성의 가치관—남성에게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독자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자 하는, 연애 대상으로만 인식되기를 거부하는,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케케묵은 편견에 맞서 싸우며 여성들이 서로 연대하기를 바라는—을 후려치는데, 남미새는 내부에서 줄줄 새는 바가지다. 남미새에 대한 여성 소셜의 적대감이나 여성 인권을 후퇴 시킨다는 표현은 이처럼 여성을 멸시하는 세상에서, 어떻게든 다른 여성상을 만들려는 여성들이 직면하는 분열과 모순에서 비롯된다. 강유미의 유튜브에서 무속인은 강유미에게서 남미새를 퇴마한 후 “여사친들 챙기고”라며 조언한다. 남미새의 가장 큰 업보는 그가 ‘여성과 여성들의 관계’를 소중히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나 남성을 선택함으로써 스스로 여성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 같다. 여성들은 남미새를 향한 감정이 여성혐오적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같은 여성으로 묶이기 싫은 하위주체적인 측면’에 고통받는다.
남미새는 여성들이 추구하는 ‘바람직한 여성상’에 부합하지 않기에 배척받는 새로운 유형의 빌런이다. 남미새는 성차별적이고 공감성 수치를 불러 일으킨다. 동시에 여성에게 요구되는 행동 규범을 극단으로 추구한 끝에, 그러니까 ‘너무 여자라서’ 타자화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왜 여자가 남자에 미치는 것을 볼 때 같은 여자인 내가 어딘가 굴욕적인 맛을 느끼는가.
<이진송>
대선 결과가 나온 지 두 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것처럼 느껴진다. 긴장감에 뒤따른 안도감 때문인지 모른다.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여러 나라의 총선이나 대선에 관한 보도는 많지만 특별한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몇 나라를 빼놓고는 그냥 지나치기 마련이다. 또 이런 보도도 최근 들어 극우 정당의 승리나 약진에 관한 내용이 많아서 점차 흥미를 잃게 된다.
올해 5월21일 시점에서 유럽의 정치 판도가 보여주는 극우 정당의 총선 득표율은 헝가리가 52%로 단연 선두를 달린다. 다음으로 폴란드·루마니아·오스트리아가 30% 수준이다. 이어 이탈리아·네덜란드·슬로베니아·포르투갈·프랑스·스웨덴이 20% 수준이고, 스페인과 노르웨이가 10% 초반대에 머무르고 있다.
극우의 사전적인 뜻은 대개 인종의 의미를 극단적으로 중시하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주장을 거부하며, 권위주의적인 사회상을 맹신하는 성향으로 통한다. 따라서 과격 민족주의나 과격 보수주의, 신나치주의나 과도한 포퓰리즘과 종종 혼용되기도 한다.
정치적 현실의 원인과 배경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이러한 극우의 사전적 의미는 나름대로 어떤 공통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 ‘부익부 빈익빈’을 만들어내는 세계화의 과정에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주변부로 밀려난 사회계층은 난민이나 이주자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복지사회가 자신들에게 주는 몫까지도 빼앗아간다고 여긴다.
난민과 이주민 문제는 극우 세력이 즐겨 내세우는 정치 주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으로 100만명 가까운 난민이 몰려드는 폴란드를 통과하거나 터키·그리스·헝가리를 거쳐 오스트리아·독일이나 북유럽 국가로 진출하려는 시리아·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온 난민들에 대한 인종주의적인 편견과 학대는 동유럽 국가의 극우적 정치의 일반적 풍경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유럽의 이슬람화’라는 경고의 소리도 커졌다. 현재 이슬람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비교적 높은 나라인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네덜란드는 5~10% 수준이고 헝가리는 1%에도 미치지 않는다. 헝가리와 루마니아의 극우는 이슬람 문제보다 오히려-비공식적인 추계이긴 하지만-두 나라 인구의 6~10%와 8~12%를 각각 차지하는 이른바 ‘집시’ 문제를 내세운다.
한국과 유럽 극우, 자생력서 차이
자신들은 비록 중산층이나 그 이상에 속하고 교육 수준 또한 높은데도 이러한 극우적인 정치적 경향에 적극 동조하거나 나아가 이를 대변하는, 이른바 ‘2차적인 극우’도 적지 않다. 이들 가운데는 법조계와 교육계 또는 언론계에서 활약하는 전문직 종사자, 기업가도 있다. 이들은 자신이 지닌 인맥으로 상징되는 사회적 자본과 디지털 능력을 무기로 극우적인 이념을 ‘품위 있게’ 포장한다. 가령 전 프랑스 ‘국민연합’ 대표 마린 르펜은 변호사,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원내대표 알리스 바이델은 경제학 박사로 재정 전문가다.
이들은 세계가 점차 하나가 되면서 국경이 더는 무의미하다는 ‘세계체제’ 이론을 증명하는 좋은 본보기로 이야기되는 유럽연합을 주로 공격한다. 이들의 눈에는 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유럽 통합의 상징인 브뤼셀은 고액 연봉을 받고 있지만 회원국의 구체적인 실정도 모르면서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고 간섭하는 고위 관료집단의 본거지로 보인다.
인종주의와 민족주의가 교묘하게 결합한 이러한 정치 이념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GA)나 푸틴의 ‘위대한 러시아’(Velikaya Rossiya)라는 이념에 동조하는 경향도 보인다. 현재 유럽의회(2025~2029)에서 일반적으로 극우로 평가되는 세 교섭단체인 ‘유럽을 위한 애국자’(PfE), ‘유럽 보수와 개혁’(ECR), 그리고 ‘주권 국가의 유럽’(ESN)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대한 우호적 입장과 비판적 입장으로 갈리고 있다.
하지만 이 극우 계열들이 함께 유럽의회에서 차지하는 187석은 제1 교섭단체인 보수적 중도 우파 ‘유럽국민당’(EPP)의 188석에 버금가고, 중도 좌파 사회당 계열인 ‘사회민주진보동맹’(S&D)의 136석보다 훨씬 많다. 자유주의를 내건 ‘유럽을 새롭게’는 77석, 녹색당 계열은 53석, 좌익 정당은 46석에 그치고 있다. 유럽에서 이러한 극우의 약진 추세는 앞으로도 멈출 것 같지 않다.
유럽에서 극우라는 정치 세력이 보여주는 이 같은 만화경으로부터 눈을 돌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얻었던 41.15%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불법계엄 사태로 파면된 대통령을 낳은 ‘내란당’의 후보에게 표를 던진 이 많은 유권자가 모두 위에서 언급한, 유럽에서 이야기되는 극우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에서 극우는 누구이며, 어떤 정치 이념을 지향하고, 이들의 미래도 유럽처럼 밝을 것이냐는 질문도 뒤따른다.
2023년 3월에 시행된 한 연구는 한국 사회에서 극우라고 판단되는 비율을 13%라고 평가했는데, 올해 3월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비율은 21%에 이른다. 극우 평가에 상당한 편차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밝힌 유럽과 대비하면 나름대로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숫자라고 볼 수 있다.
2030남성 우경화는 일맥상통
그러나 유럽과 달리 극우의 대명사로 불리는 ‘아스팔트 보수’는 정당을 스스로 만들 수준에는 미달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오늘의 한국 사회가 제기하는 다양한 문제를 너무나 편협된 시각으로 보는 데 있다. 그간 세상이 엄청나게 변했는데도 여전히 모든 문제를 종북이냐 아니냐, 친미냐 반미냐는 양자택일적인 단순한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극단적인 기독교 근본주의는 복잡한 사회·정치적 문제를 하나님의 뜻으로만 해석해서 이를 더 단순화한다.
또 자체 확장력보다는 기존 보수정당에 물 대기를 하는 정도로, 자생력이 없다는 점에서도 기존 보수정당과 심한 경쟁을 벌이는 유럽의 극우와 많은 차이가 있다. 이 차이는 동시에 위에서 언급한 고급 두뇌 집단이라고 볼 수 있는, 한국의 2차적인 극우의 수준 문제에도 있다.
연령상으로 70대, 그리고 지역적으로는 영남 지역에 갇혀 있는 전통적인 보수층을 논외로 하더라도 우선 유럽과 한국에서 극우가 서로 일맥상통하는 상황은 20~30대 남성의 정치적 성향에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Z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다 같이 이른바 ‘디지털 원주민’으로서 온라인 세계 안에서 성장한 첫 세대다.
한국과 유럽의 이 세대가 비록 같은 사회·경제적, 문화적인 조건에서 성장하지 않았으나 상당한 정도로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2024년 1월26일)의 존 번-머독의 자료 기사가 보여주는 것처럼 지구적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젊은 여성은 점점 좌경화하고 있고, 젊은 남성은 이와 반대로 우경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대선에서 새로운 보수를 주창하며 20~30대 남성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이준석의 선거 전략도 이러한 일반적인 추세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윤석열의 불법계엄으로 시작된 내란 사태는 보수 세력과 극우의 정치적 기획이 실패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 대선으로 일단 끝났다. 아스팔트 보수에 끌려다녔던 기존 보수 세력에 대한 질타의 소리도 들리고, 보수 혁신을 위해 젊은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보수의 재건이 이런 비판이나 요구처럼 쉬운 과제는 아닌 것 같다.
우리는 운동경기에서 자기편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상대편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범해서 승리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줄곧 ‘반이재명’이라는 하나의 명분으로 뭉쳤던 보수 세력은 이제 갓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패착을 이제나저제나 하면서 기다릴 것이다. 사실 당면한 경제위기의 해소, 내란 종식과 맞물린 특검, 남북관계의 회복, 전쟁으로 지새는 지구촌 등 어느 하나도 해결이 쉽지 않은 과제 앞에 지금 이재명 정부는 서 있다. 두려움과 용기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여러 가지로 겹친 난제가 동반하는 불안과 긴장 속에서도 시종일관 결기를 잃지 않을, 국민주권정부의 성공을 멀리서 기원한다.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혼자 작업하다 사고로 숨진 하청 노동자 김충현씨에게 원청인 한전KPS가 작업의뢰 절차를 어기고 카카오톡 메시지로 작업을 지시한 정황이 확인됐다.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17일 김씨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김씨와 한전KPS 직원 A씨의 카카오톡 대화를 공개했다.
2017년 11월9일 한전KPS 직원 A씨는 김씨에게 “긴급 스페이서 제작 요망” “수량 4개” 등 작업을 지시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다른 직원 B씨는 다른 날 “저희도 외주 가공하고 싶은데 너무 긴급이다”라며 김씨에게 작업을 의뢰했다.
대책위는 카카오톡을 통한 업무 지시는 한전KPS의 ‘공작기계 작업의뢰 절차’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전KPS가 협력회사에 기계가공 작업을 의뢰할 때 긴급작업을 제외하고는 작업의뢰서를 발행해야 한다. 협력회사가 작업의뢰서를 받으면 공작기계 담당 노동자가 작업 내용을 확인·검토하고, 관리감독자 등과 작업 전 안전회의(TBM)를 진행한 뒤 승인을 받아 작업을 진행하도록 돼 있다. 대책위는 “위험작업이 걸러지거나 대안적인 작업 방식이 검토될 수 있기에 작업절차를 지키는 것은 안전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중요한 절차”라고 했다. 다만 김씨의 작업일지, 작업의뢰서는 경찰이 확보하고 있어 해당 날짜에 작업의뢰서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씨가 오히려 한전KPS 직원에게 하청인 한국파워O&M 현장소장을 통해 작업의뢰를 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김씨는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작업이라 외주업체에 맡기자’는 취지의 제안을 A씨가 “감독하고 다 협의했고 사용 중 문제에 대해선 감독이 책임지기로 했다”면서 거절하자 “여기서 가공을 진행하신다면 소장님을 통해서 업무 절차에 따라 진행하시면 될 것 같아요. 전 소장님 업무 지시에 따라 작업하는 입장이라 작업지시서를 소장님께 드리며 업무 협조를 지시하시면 될 거예요”라고 답했다.
김씨 동료들도 한전KPS가 관행적으로 카카오톡이나 구두로 작업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김씨 이전에 선반 가공 업무를 맡았던 하청 노동자 C씨는 “작업의뢰서를 가져오는 게 1년에 3~4번이 안 됐다. 절차대로 진행되는 게 1% 정도였다”고 대책위에 말했다.
대책위는 “위험하고 무리한 작업이 한국서부발전(도급사)·한전KPS(원청)·한국파워O&M(하청)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관행처럼 반복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수사당국은 지시 권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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